무인항공기에 숨은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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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5-08-18 17:17 조회11,7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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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은 이제 저널리즘까지 넘보고 있다. 미국 방송사 CBS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1986년 원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유령도시’ 체르노빌의 풍경을 드론으로 촬영해 방송했다. 취미용 드론 시장도 활짝 열렸다. 마트에서 3만~4만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레저용 저가 드론이 지난해 3만여 대가 팔린 것으로 국내 유통업체들은 추정하고 있다.
드론은 원래 ‘낮게 웅웅거림’을 뜻하는 말이다. 요즘엔 조종사 없이 원격조종하는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지칭한다. 드론은 비행 방법에 따라 고정익기(固定翼機)와 회전익기(回轉翼機)로 나뉜다. 고정익기는 날개가 고정됐다는 의미다.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 활용되고 있는 군사용 프레데터가 대표적이다. 헬리콥터는 날개가 회전하는 회전익기의 대표 선수다. 프로펠러가 여러 개 달린, 우리가 흔히 드론이라 부르는 무인항공기를 통칭하는 말은 멀티콥터(multi-copter)인데 프로펠러 수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4개는 쿼드콥터(quad-copter), 6개는 헥사콥터(hexa-copter), 8개는 옥타콥터(octa-copter)다.
◆날개가 짝수인 건 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엄지손톱만 한 프로펠러 4개를 가진 초소형 드론이 중력을 이기고 떠오르는 원리는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된다. 헬리콥터에서 멀티콥터까지 회전익기의 프로펠러는 짝수다. 뉴턴 역학 제3법칙(작용-반작용 원리) 때문이다. 멀티콥터에 앞서 회전익기의 가장 단순한 형태인 헬리콥터를 살펴보자. 동체 중심에 있는 메인 프로펠러와 꼬리 프로펠러가 돌아가면서 상승한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다면 헬리콥터는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전쟁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자. 2001년 개봉한 영화 ‘블랙 호크 다운’은 헬리콥터 격추 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바주카포에 의해 꼬리 프로펠러가 망가진 블랙 호크(UH-60)는 메인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빙빙 돌면서 추락한다. 프로펠러의 회전 방향과 반대로 돌아가는 힘(역 토크)이 동체에 작용해서다. 작용-반작용의 원리다. 지구로 추락하는 우주정거장을 담은 영화 ‘그래비티’에도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담겼다. 주인공 스톤 박사(샌드라 불럭)는 소화기를 추진장치로 삼아 이동(반작용)하는데 마찰력이 없는 우주에서 추진력(작용)이 없다면 제자리에서 허우적거릴 뿐 움직일 수 없다. 꼬리 프로펠러는 작용-반작용 원리에 따라 동체가 회전하지 못하도록 잡아 주는 동시에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맡는다.
헬리콥터와 새 등 하늘을 나는 모든 비행체에 적용되는 힘도 짝수다. 양력(lift·위로 들어 올리는 힘), 추력(thrust·앞으로 밀어내는 힘), 항력(drag·공기가 뒤로 끄는 힘), 중력(weight·지구가 당기는 힘) 4가지 힘이 작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덕관 회전익기연구팀장은 “메인 프로펠러가 공기를 휘저어 일으키는 양력이 중력보다 크면 동체가 떠오르고 추력은 프로펠러를 회전시키는 로터를 앞으로 기울이거나 프로펠러의 각도를 조절하면 생긴다”고 설명했다.
요즘 가장 흔하게 접하는 드론, 쿼드콥터(프로펠러 4개)의 비행 원리도 ‘짝수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쿼드콥터 프로펠러는 대각선 방향으로 2개씩 짝을 이뤄 같은 방향으로 돈다. <그래픽 참조> 시계 방향 2개와 반시계 방향 2개로 나뉘는 건 프로펠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반작용력을 상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꼬리 프로펠러가 없는 대형 헬기 치누크의 앞뒤 프로펠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가 다르다=전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의 비행 원리도 4가지 힘이 그 기반이다. 다만 멀티콥터와 비교해 효율 면에서 훨씬 앞선다. 프로펠러 회전에 의해 양력과 추력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정익기는 날개 위아래의 압력 차에 의해 상승하는 힘(양력)을 얻는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 윗부분의 공기 압력은 아랫부분에 비해 낮다. 항공대 배재성(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항공기 종류가 워낙 다양해 일괄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무선 모형비행기의 경우 고정익기가 효율 면에서 두 배 정도 앞선다”고 말했다. 고정된 날개 덕분에 공기 밀도가 낮아도 움직이는 데 큰 지장이 없다. 날개 길이가 20m에 달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EAV-3는 이달 10일 성층권(고도 14.12㎞)까지 상승하는 데 성공했다. 2001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헬리우스는 29㎞까지 상승해 무인기로선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름 등 대기현상이 없는 성층권까지 올라갈 수 있어 태양전지를 이용한 발전도 가능하다. 태양을 이용한 국내산 드론인 EAV-2H는 지난해 25시간 연속 비행에 도달했다. 배 교수는 “멀티콥터는 배터리 한계 등으로 최대 비행시간이 60분 정도”라며 “공기를 회전시켜 양력을 얻는 탓에 공기 밀도가 낮은 높은 고도까지는 비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프레데터의 순항 속도는 시속 580㎞인데 반해 멀티콥터의 이동 속도는 시속 50~80㎞에 불과하다. 다만 프레데터 같은 고정익 드론도 단점은 있다. 멀티콥터는 수직 이착륙 및 정지 비행이 가능한 데 비해 프레데터는 이착륙할 때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지상 가까이 붙어 비행하는 근접비행도 어렵다. 이런 이유로 드론 개발자들은 “프레데터와 멀티콥터는 임무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융교 공력성능연구팀장은 “비행시간이 긴 고정익 드론은 대규모 농장의 작황 상태를 파악하거나 산불 감시 등에 활용되고 있고 정지 비행이 가능한 멀티콥터는 항공 촬영이나 재난 및 화재 현장 등에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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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5.08.18 00:55 / 수정 2015.08.18 15:13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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